'그때는 몰랐다'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그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나는 두고두고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이딴 서술이 너무 싫다. 잘 읽던 책도 이런 서술을 마주치면 그냥 덮고 싶어진다. 다가올 큰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라는 건 알겠지만, 너무 뻔하고 성의가 없다. 그리고 그놈의 '다가올 큰 사건'이라는 게 대부분 불행이라는 점 때문에 더 싫다.
이런 걸 자꾸 읽다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이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하기로 한 이 일이,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그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으로 연결되는 건 아닐까? 내가 별 생각 없이 한 말과 행동이 심각한 불행으로 돌아오면 어떡하지? 앞으로 두고두고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되면 어떡하지?
별것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는 순간, 홍차 대신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선택하는 순간, 헬스장 대신 수영장을 선택하는 순간 같이 그냥 하루 수백수천수만번 하게 되는 자잘한 선택의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게 너무 열받는다.
행복의 반댓말이 불행이니까. 안온하고 행복한 하루가 이어지다 보면 왠지 갑자기 불행이 올 것만 같다. 그런 불안에 자꾸 잠식되는 내가 싫다. 가끔은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할 때 그런 생각 때문에 죄책감도 든다. 굳이굳이 죄책감을 사서 느끼는 나도 싫다.
잘 지내고 있으니 이런 배부른 생각도 드는 걸까? 싶다가도. 아무튼 짜증이 난다.
오늘도, 멀쩡히 잘 읽던 책을, 인상을 구기며 덮어버렸다. 근데 뒷부분 궁금하긴 해. 무슨 불행이 닥치는 건지 알고 싶긴 해. 그게 더 짜증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