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겠다
내 선택의 이유를 납득시키겠다
후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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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이 맞아요

그런 단어, 나도 안 쓰고 싶었다.

그러나 몰리고 치이다보면 가릴 게 없게 된다.

빨리 밥 먹으러 가려고, 빨리 퇴근하려고, 빨리 이 거대한 불행의 건물에서 벗어나 행복의 집으로 달아나려고,

말로 꺼내면 비루한 핑계들 때문에 타협하고 또 타협하고 그러고 사는 거다.

그렇게 써보낸 글에 달린 댓글을 봤다. 

정확히 내가 마음에 걸렸던 그 이유로 나를 비판하는 댓글이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진짜 맞아요. 다음부터는 안 그러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맘속으로 답변하고 나서, 오늘 이 직업이 조금 더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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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조각

퇴근길에 후배가 노래를 추천해줬다. 그 노래를 듣는데, 문득 어떤 노래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노래의 제목도, 가수 이름도, 멜로디도, 가사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 노래를 듣던 통영에서의 어느날, 그날의 풍경과 공기, 그때의 내 기분, 아련한 마음만 가득 떠올랐다. 노래에 대해선 남자 솔로 가수가 불렀다는 것, 전반적인 느낌 정도만 기억이 났다. 정말 그 노래가 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저녁 약속 가는 길 내내 그 노래를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는데 잘 안 됐다.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도 계속 그게 생각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국 남자 가수 이름을 ㄱ부터  ㅎ까지 뒤졌는데 못 찾았다. 이름만 봐도 딱 기억날 거라 생각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한 5년 전까지 쓰던 음악 스트리밍 앱을 다시 깔아서 휴면 계정을 살리고.. 내가 '좋아요'를 눌렀던 노래 수천곡을 훑는 짓까지 해버렸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잊고 있던 다른 노래들을 잔뜩 마주쳤다. 스페인에서 하염없이 걸으면서 듣던 노래.. 취준생 때 울면서 듣던 노래.. 수습 때 경찰서 바닥에 누워서 듣던 노래.. 처음 차를 사서 드라이브하면서 듣던 노래.. 꿈돌이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듣던 노래..... 추억 조각 한 개 찾으려고 창고를 열었다가 우르르 쏟아지는 추억더미에 깔려버렸다.  

하지만.. 찾고 싶었던 노래는 찾지 못했다. 이쯤 되니 '진짜 그런 노래가 있긴 있었나? 내 상상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노래 찾기는 포기했다. 나는 추억의 한 조각을 영영 잃어버렸구나,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앞으로는 뭐든 메모를 해놓자 하는 생각들과 함께.....................

반전은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누웠더니 기적처럼 제목과 가수 이름이 생각났다는 것. ㅋㅋ 또 잊어버릴까봐, 언젠가 또 갑자기 이 노래가 그리워질까봐 적어둔다.

그 노래는 김사랑의 'Feel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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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 과잉 금지


그만하자 그만하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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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엽서

난 정말 집이 좋다. 이사온 뒤론 집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쉬는 날엔 집밖에 1초도 나가고 싶지 않다.
그런 내가.. 쉬는 날 계속 우체국 뺑뺑이를 돌게 만든.. 의문의 등기우편.....
xxx우체국에 갔다가 'oo우체국으로 가시라'는 말을 듣고 터덜터덜 이동할 때는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우편 보낸 사람 반드시 찾아내 꼭 화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문제의 우편 정체를 알고는 그 다짐 눈녹듯 사라졌다.
반갑고 귀여운 엽서네. 쉬는 날 집밖으로 나가 찾아올만 했네.
그러고 나니.. 날씨가 참 좋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또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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