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AGO

조던과 오바마와 딥디쉬 피자의 도시 시카고.

2026년 9월 기준 내 마음 속 '미국에서 가장 멋진 도시 1위'에 랭크된 시카고. 

일단 가자마자 점심 대강 먹고 앤더슨빌을 거닐었다. 앤더슨빌이 COMO 다운타운보다 큰데.. 시카고엔 이런 동네가 한 40개는 된다고 했다. 서점 가서 드디어 영어 소설도 한 권 사고. 중고샵에서 한국서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을 자켓을 10만원 언더로 득템했다. 너무 좋은 동네 아니냐고. 그냥 걷는 것만으로 응원 받는 느낌. 모두가 내 편 들어주는 느낌. 하나도 안 무서운 느낌. 나중에 친구 말고 애인이랑 같이 오고 싶은 느낌. 

 

미드 웨스트에선 피클 튀김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맥주 안주로 피클 튀김을 시켜보았다. 상상한 그대로의 맛이다. 피클을 튀긴 맛.. 이런 요리가 왜 존재하는 거지? 라고 생각했으나 먹다보니 나름 바삭하고 상큼해 ㅠ 또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ㅠ ㅋㅋㅋ

늦은 오후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는데 추웠다. 기모 후드티 입었는데도 몸이 으슬으슬했다. 결국 감기를 얻었다. 미주리는 아직 반팔 가능인데.. 댈러스랑 샌프란도 반팔 입어야 한댔는데.. 시카고는 북쪽 동네구나.

 

마치 해리포터에 나올 것 같은 비밀골목에 들어가니 만화가게가 나왔다. 올컬러 아이언맨 에피소드를 보고 구입을 잠시 고려했으나 50불은 좀 개오바인 것 같아서 진정했다. ^^;;; 시카고에서 멋진 기념품을 하나쯤 사오고 싶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서 포기했다. 다시 냉장고 자석이라도 모아야 하나. 

 

오바마 대통령 센터에 갔다. 박물관은 몇달치 예약이 밀려있다고 해서.. 못 들어갔다. 박물관 인근 캠퍼스만 봐도 충분히 멋지다고 해서 일단 가긴 갔는데.. 멋지긴 한데.. 멋진 공원은 미주리에도 많아요. 박물관을 못 가서 매우 아쉽. 기념품샵도 아직은 체계(?)가 잡히지 않아 별로 살 게 없었다. 박물관 예약하려면 날짜 맞춰 광클해야 하는 것 같던데 어쨌든 내년엔 꼭 예약해서 가봐야겠다고 다짐.

 

박물관에는 못 들어갔지만 박물관 앞의 오바마 부부 동상은 보고 왔다..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굉장히 길었다. 

근처에 주말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이 있어 둘러봤다.. '둘러만' 봤다. 좀 비싸고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활기 찬 미국인들의 웃음소리는 듣기 좋았다. 

 

밀레니엄 파크의 그 유명한 빈. '나 그 땅콩 보고 싶어' 했더니 '땅콩 아니라 빈이야'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그거 아님? ㅎ 청명한 가을하늘과 시카고의 멋진 건물들이 반사돼 확실히 멋졌다. 정말 반질반질 반짝반짝해서 누가 닦는 건지 궁금했다. 

요 인근에 미술관 박물관도 많았는데 제대로 못 봤다. 큰 흥미도 없었지만 ㅎㅎ 그래도 과학 박물관은 꼭 가고 싶었는데 찍먹만 하고 나오긴 아쉬워서 담번에 자전거 타고 가기로 다짐. 

 

호수가 진짜 크면 바다보다 좋다는 걸 시카고 가서 알게 됐다. 바다 짠내(난 좋아하긴 하지만)도 안 나고, 물빛은 에메랄드. 내가 본 어떤 바다보다 물빛이 예뻤다. 해변(정확히는 호변..?)에는 해초가 없다. 호수를 끼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네이비 피어 하이라이트, 관람차. 혼자 탔다. 정말 좋았다. 좋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좋았다. 3바퀴 돌았는데 행복해서 울컥했다. 눈물날 뻔 했다. ㅋㅋ 8불 더 내고 패스트 패스를 끊었는데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하나도 안 기다렸고 혼자 전세 내고 탔다. 앞 뒤 오른쪽 왼쪽 호수가 모두 내꺼~

관람차 옆에 있는 하늘 그네 놀이기구도 탔다. 이거 되게 좋아한다. 어린이대공원에 요런 게 있어서 갈 때마다 탔고.. 한 8년 전쯤 남쪽 어느 조용한 놀이공원에서도 한 번 탔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번엔 좀 멀미가 났다. 그래도 호수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고, 꿈 속에서 나는 것 같았다. 

 

관람차에서 본 풍경.

 

밀레니엄 파크에 있던 누워있는 자유의 여신. 뉴요커들 혹시 긁!? 하지만 뉴요커들은 시카고 신경 안 쓰겠지.. 내가 볼 땐 시카고 사람들이 뉴욕 사람들한테 잘 긁히는 것 같다. ㅋㅋㅋ

 

우유 사촌동생 우주. 밤마다 내 몸 위에서 잠을 청하셔서 정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우유와 자는 것 같았다. ㅎㅎ 너도 참 낯을 안 가리는구나. 

 

시카고 최고 명문 로욜라~ 어떻게 학교 옆에 해변(호변)이 있음? 정말 최고야. 

 

해변(호변) 방파제에 앉아서 한참 물을 구경했다. 비행기가 많이 지나갔다. 하늘길이 넓어서 비행기 100번 찰칵 찰칵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시칠리아식 식사. 단 하나도 빠짐없이 맛있었다. 특히 난 저 샐러드 파스타가 좋았다. 

시카고에서 매일 테마를 잡고 식당을 돌았다. 아시아 특집, 미국 특집, 유럽 특집. ㅎㅎ 시카고 딥디쉬 피자도 물론 먹었고.. 남으면 포장해서 집에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단 한조각도 남기지 않았다..

 

귀여운 아시안 식당의 포스터.. 생성형 AI 사용이 보편화되기 전부터 있던 포스터라고 한다. ㅋㅋㅋ AI 안 쓰고.. 어떻게.. 이런 걸 만드셨어요..?

 

시카고 불스 홈구장 유나이티드 센터. 사실 내게 시카고 = 시카고 불스 혹은 컵스.. 였다. ㅋㅋ 내가 불스 홈구장에 와서 조던 동상을 보게 되다니. 요새 가끔 '내가 미국에 있다고..? 여기가 미국이라고..?' 하는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조던 동상을 볼 때도 그랬다. 

 

굿맨 극장에서 'The Attic' 공연을 봤다. 2시간짜리 영어공연을 내가 안 졸고 다 볼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었는데 단 한 순간도 졸지 않았다. 졸기는커녕 손이 따갑도록 박수를 치고.. 공연 시작 한 15분이 지난 후부터는 입을 벌리고 봤다. 너무 멋지고 놀라운 장면의 연속이라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기예의 수준에 경외감이 들었다.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어도 절박함에 눈물이 났다. 공중그네 타는 분과는 거의 사랑에 빠졌다. (요새 사랑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긴 함) 공연 끝나자마자 한 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후회 없는 2시간이었다. 

 

각 잡고 간 첫 여행. 옥수수밭 지그재그로 쪼개며 왕복 12시간 운전한 것도, 하루 2만7천보씩 걸은 것도 좋았다. 근데 아직 못한 게 많아서.. 또 갈 거야, 시카고.

'놀러간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타, 아마가세  (0) 2019.02.07
보홀 2  (0) 2019.01.23
보홀 1  (2) 2019.01.23
,

아 제발


술 처먹고 핸드폰 만지지 말자
술 처먹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자
술 처먹고 입을 열지 말자
아니 그냥 술을 처먹지 말자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개같은 기분으로 일어나는 거 너무 싫다

,

373


릴로와 스티치 봤고, 디센던츠도 봤다.
트와이스 플레이리스트 만들었다.
금요일을 기다린다.
이러다 곧 핸드폰 번호도 바꿀 기세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

이메일

오기 전에 '이메일 보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왔는데. 진짜로 오는 메일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사랑하는 4D는 벌써 트리플 크라운을 만들어줬다. 

지금은 또 후배의 메일을 보고 아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맞아. 나 사실 까먹고 있었어. 근데 덕분에 새삼 생각났어. 고마워. 뿌듯해. 자랑스러워. 나도, 너희도. 

메신저만큼 빠르지 않은, 메일의 속도가 좋다. 꾹꾹 눌러서 좀 많은 얘기를 쓰고, 돌아온 얘기들을 읽고, 또 다시 꾹꾹 눌러서 답장을 하는 게 좋다. 낯 간지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도 메일로 쓰면 쓸만 하다. 

그니까, 메일 보내. 답장할게. 바로는 아니더라도, 꼭 할게. 

,

COMO

미국에 온지 열흘이 넘었다. 

아직 개강을 안 해서 한량처럼 지내고 있다. 그래도 나름 이런저런 잡무(ex 차량 등록, 은행 계좌 열기, 렉 가입)를 천천히 처리 중이다. 오기 전엔 도착 후 일주일 만에 모든 걸 다 해치우고 맘 편히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어쩐지 느긋해져서 그냥 내키는 날 하나씩 하는 중. 방학의 대학 도시는 정말로 고요하고 평화롭고 느릿하다. 여기서 혼자 조급해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음.

몇 가지 기록.

1. 여기 너무.. 케바케의 나라다.. 그때그때 다른 게 왜 이렇게 많은지. 오늘 가서 물어보면 A라 했는데 내일 다시 물어보니 B라 하고. 이 사람한테 물어봤을 땐 XX일에 오라고 했는데 저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OO일에 오라고 하고. 워크인 안 된다고 하더니 그냥 가면 또 받아주고.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좀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유연해서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2. 미국에서 유학한 친구가 미국서 운전시 주의할 점이 있다며 '도로에서 STOP 표지판을 보면 꼭 멈춰야 해'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진짜였다. '얼마나 멈춰야 되는데?' '어.. 한 3초?' 이래서 웃고 말았는데 진짜 한 3초였다. 신호등 없이 STOP 표지판만 있는 사거리에 있으면.. 꼭.. 눈치게임을 하는 것 같다. 눈치껏 기다리다가 눈치껏 먼저 보내주고 눈치껏 나도 간다. 아무도 재촉 안 하고 빵빵거리지도 않는다. 쫌 재밌고 귀엽다.

3. 여기 와서 지금까지 제일 많이 한 활동은 마트 어슬렁거리기. 월마트, 트조, 딕스 등등을 어슬렁거렸는데 갈 때마다 재밌다. 근데 어제는 커터칼을 사러 갔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트에서 총도 팔면서 커터칼을 안 판다고? 한국에서 쓰는 커터칼은 없고, 조그만 칼날 하나에 손잡이 달린 (자기들 나름대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듯한) 그런 칼만 있었다. 그리고 오리엔탈소스가 안 보인다. 오만 인스턴트와 공산품을 쌓아놨으면서 오리엔탈소스는 없고 랜치에 미쳤는지 랜치만 종류별로 있다. 결국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랜치를 먹는 중.

4. 뭐 먹고 살아야 되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다. 첫 며칠은 에어비앤비 주방이 너무 더러워서 도저히 뭘 해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사과 바나나 요거트로 연명했다. 제대로 입주한 뒤에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뭐 대단하게 먹진 않는다. 샌드위치랑 샐러드 해먹고 라자냐도 데워 먹고. 아직 한국 음식은 그립지 않다. 친구들이 바리바리 챙겨준 코인육수랑 블럭국, 캔김치는 하나도 안 땄다. 그런데 천사 같은 룸메 아가가 자꾸 한국 음식을 챙겨준다. 등갈비랑 제육이랑 잡채랑.. 어제는 말복이라고 삼계탕을 해줬다. 최고의 룸메다. 나는 벌레를 잡아주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 너 나 오기 전엔 벌레 어떻게 잡았니.. 

5. 일찍 잔다. 약도 가져왔고 오자마자 CVS 가서 멜라토닌도 사놨는데.. 대체로 안 먹고도 잘 잔다. 자려고 누우면 기분이 좋다. 베스트가 사준 우주 무드등 덕분이다. 천장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은하수를 보다 보면 행복해진다. 물론 자고 일어나서도 기분이 좋다. 방이 너무 내 스타일이다.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더 알고 싶어진다.  

천장의 은하수
완벽

 

,
|  1  |  2  |  3  |  4  |  ···  |  102  |